적연赤戀

二. 상해上海, 재회의 밤






'그자는 죽을 때까지 너를 쫓을 거다.'




성당 좌측을 돌자 좁은 골목이 나타났다. 이즈음에서 피우던 담배를 던져내기로 한다.




'그를 끌어내리려면 결정적인 중죄를 짓도록 해야 한다. 죄명은,'


'죄명은 태자太子, 태자 ㅅ……'




불빛을 대부분 등지고 있으니 간격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거리를 너무 좁히지도, 벌리지도 않으면서 미행에 임한다. 아성은 차갑게 식은 손에 장갑을 꼈다. 집중력을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해 미간으로 인상을 잔뜩 썼지만, 평소보다 잡념이 많아지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꿈을 꾼 날이 대개 그러하다.


정작 어떤 형상도 눈앞에 가늠하지 못하여, 대화를 엿듣는 듯한 꿈이다. 감긴 눈으로 화염이 쏘는 것 같았다. 알 수 없을 대화가 도중에 파열하고 나면 침대 위로 땀 젖은 몸이었다. 꿈을 꾸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꿈속 목소리는 또렷해져 갔다. 업으로 삼고 있는 게 곱지 못한 일이니 이런 괴몽怪夢을 꾸는 것도 이상할 게 아니다 - 자신을 독려하고 또한 자조한다. 아성은 꿈을 꾸든 꾸지 않든, 밤이면 타깃을 찾아 적막한 거리를 거닐었다. 


아성의 조직은 청부살인을 주로 맡았는데, 최근은 그 대상이 일본인으로 대다수 채워졌다. 독립운동 인사는 암살 명단에 제외하는 것이 철칙이었으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암살단의 성격을 띠게 된 중이다. 거액을 받고 살해에 임하는 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애국심. 양립하기에 간단한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 때문에 조직 내의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이 사실이었다. 양극화되어가는 조직의 분열 속에서, 아성 역시 노선을 정해야 할 때가 임박했다.


조직 내에서 독보적인 성공률을 보유한 그였기에 양쪽 어느 곳도 아성을 쉽사리 포기하려 하지 않을 거였다. 아성은 눈앞의 타깃을 마지막으로 잠정적인 은거에 들어갈까 궁리 중이었다. 



"길을 건너...오른쪽으로."



지나가는 차에 뒤따라 걷는다. 눈앞의 사내는 예상대로 움직여 주었다. 조직 내 원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중년은 최근 변절하여 내부 정보를 유출한단 고발이 들어왔다. 아성의 임무는 그를 생포하여 유착의 고리를 알아내는 것이었지만, 목적을 달성한 후 사살 역시 가능하다. 사전 조사를 통해 사내의 동선을 모두 파악했기에 보다 여유로울 수 있다.


전차 레일 위에 잠시 멈춰선 사내가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는 3분여 도보를 거친 뒤 수요일마다 찾는다는 도박장에 들 것이다. 인적 드문 골목길. 지하 통로로 진입하기 전을 틈타 그를 제압하는 게 아성의 계획이었다. 건널목을 가로지르는 걸 따라붙는다. 기척을 최소화하기 위해 숨소리마저 골라 쉴 참이다. 느릿느릿 다리를 움직이던 사내가 담배 연기를 옆으로 뿜었다.


이 시점의 아성은 작은 고민에 빠졌다. 의아함에 가깝다. 그대로 직진하여 도박장을 찾아야 할 타깃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한 탓이다. 남자는 태연하게 볼을 긁적이다가 그대로 몸을 틀어 모퉁이로 사라져버렸다. 저 방향으로 간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도박장에 다다를 수 없다. 다른 약속이 있는 건가? 도중에 마음이 바뀐 건가? 그러나 한 달 넘도록 어김없이 도박장을 찾던 인사였다. 건물 뒤 몸을 숨긴 아성은 가장 정확하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스스로 다그쳤다. 마침내 코트 자락이 허공을 가르며 예의 골목으로 사라진다.



'조심성이 많고 교활한 놈이니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그래서 아성 너에게 의뢰한 거고.'



작전 사실은 일급 기밀이다. 직속 오더를 내린 이와 받은 이. 당사자들 외엔 유출 엄금이란 뜻이었다. 그만큼 중대한 임무였기에 지체하거나 망설임 틈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마음을 굳힌 아성의 몸짓은 표범과 같이 은밀하고 빠르다. 품속의 권총을 지그시 움킨 채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큰 공을 세워야 당분간 물러나 있겠다는 명분에도 힘이 실리지 않겠는….

 


.....!!!!!!!


어깨에 각이 섰다. 관자놀이를 비껴간 파편에 대하여, 아성은 찰나 판단을 늦추지 않고 모퉁이 너머를 향해 두 번 발포했다. 워낙 짧은 순간이라 자세히 살피지 못했지만 벽 너머 두 개의 인영이 보였다. 중년 타깃 옆에 서 있던 밤색 중절모. 우연히 미행을 깨닫고 공격했다기엔 다분히 준비된 기색이 아닌가. 그러나 불리하다 여길 것은 없다. 두 녀석 정도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생포에 실패한 것은 감점 요인이지만, 어디까지나 정당방위로서 인정될 테니.


아성이 재빨리 무릎 굽힌 자세로 조준에 임했을 때였다. 중절모의 정강이를 명중시킨 뒤 벽면으로 몸을 피했는데, 정수리로 바작이며 작은 가루가 날린다. 벽에 기댄 채 한 바퀴 뒤로 돌았다. 거의 동물적인 행동이다. 아니나 다를까, 건물 외벽 철제 계단으로 기관단총을 든 괴한이 총을 갈겨댔다. 설마 싶었지만 비로소 명확해진 순간이다.



"...함정이군."



머릿속이 복잡해지지만, 그것은 나중 일이다. 위에서 갈긴 총탄이 왼쪽 팔뚝을 스쳤다. 아성이 한쪽 눈을 감은 채 팔을 쳐들었다. 거무튀튀한 놈의 신발 밑창. 정중앙을 조준했고, 기관단총을 난사하는 놈이 여러 번 회전하여 바닥에 떨어진다. 모퉁이 너머 달려오는 중년의 기합도 들려왔다. 철캉철캉- 계단 밟는 소리와 함께 다시 여러 놈이 내려오고 있을 거다. 소리로 가늠하건대 적어도 넷. 아니, 다섯!


탄창을 교체하려던 아성은 그러나, 옆구리를 스친 통각에 미간을 팩 찌푸렸다. 무심코 셔츠 안쪽을 더듬자 피가 배어난다. 어느새 대면한 본래의 타깃이 다시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심히 가까운 거리이다. 




"이게 오늘 작전인가?"


"네놈이 미행하는 걸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


"나 하나를 처리하려고 이렇게나 많은 인력이-"




계단 위 소리를 읽던 몸이 전광석화처럼 덮쳤다. 총을 겨눈 뒤 방심한 놈의 명치를 가격하고 총을 빼앗는다.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인 탓에 머리가 빙빙 돌았다. 옆구리와 팔이라니. 하체를 다치지 않은 게 요행이라 쳐도,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니다. 





"이 정보는 어떻게 샌 거지?"


"어리석군.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잖아."


"배후를 대라. 나도 시간이 많지 않아."


"네가 살아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나? 아직도?"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무언가가 쿠웅- 내려앉는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성은 무릎을 무너트린 채 주먹을 쥐었다.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뒤통수에서부터 시작된 격통은 지르르 타고 내려 척추를 휘감고, 곧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옆으로 고꾸라진 아성을 향해 검은 구둣발이 다가온다. 몽둥이를 쥔 밤색 중절모 녀석이, 총 맞은 다리를 비틀대면서도 득의의 웃음을 짓는 게 보였다. 


핏내가 움큼 쏟아진다. 복부에서 흐른 것인지, 정강이를 맞은 놈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바로 곁에 추락하여 죽은 기관단총의 것인지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계단 위의 놈들이 사정거리를 확보했다는 사실과.


 



"너무 원망은 말아라. 호랑이를 길들일 수 없다면-"


"위! 위를 쏴라! 왼쪽..아니! 오른ㅉ..."




속눈썹 위 엉긴 게 진득하다. 눈앞이 자꾸 거무죽죽하고 붉어 보기가 힘들었다. 아성은 깃털처럼 가벼이 움직이는 그림자가 제 몸 위를 물들이는 걸 지켜만 보고 있다. 고함치며 수십 발 총탄을 쏴대던 놈들이 하나, 둘 잠잠해진다. 팔을 잘린 놈도 있고 발목이 날아가는 것도 같다. 



"..괴,ㅁ..괴물이다. 이런, 마말..도..안..되ㄴ...커헉!컥!"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엎드러진 시야로 보이는 건 한정적인 데다가 시야가 흐리멍덩했다. 아성이 걸어왔던 방향으로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는 타깃. 그리고 피 젖은 정강이가 공중으로 천천히 들리는 것이 보인다. 목을 졸린 이가 내는 소리란 걸, 어렵지 않게 유추한다. 지겹도록 들어왔던 소리지.


고통이 극에 달한 듯 발목이 죽 뻗는다. 발버둥 친 탓에 한쪽 신발이 벗겨질 정도였다. 목을 움켜쥔 자의 손을 마구 할퀴는 듯하다가 소나기가 그치듯 서서히, 아주 서서히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그것은 세기를 줄이더니 곧 완전히 멎는다. 



"진짜 괴물이 뭔지..모르는군."



맨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던 아성이 중얼댔다. 울컥대며 입으로 피를 토하고 다시 고꾸라진다. 진짜 괴물은, 이런 짓을 매일 벌이고 겪는 우리다. 피투성이 손바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목덜미를 꽉 쥔 손이 있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온도는 겨울밤에 쏘인 총구보다도 차갑다.


의문의 힘은 단숨에 그를 돌려 눕힌다. 사지가 붕 뜨는 느낌과 함께 하늘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 먼 곳의 자동차 엔진 소리가 아성을 붙잡는다. 꿈이 아니라고, 빌어먹을 괴몽 속 장면이 아니라고 일러주는 것만 같다. 그는 뺨을 간질이는 긴 머리카락에 실소하고 얼굴을 내저었다. 




"그럴 리 없지. 이런..게,"


"상상력이 부족한 건 여전하구나."


"하늘을,"




아름다운 은빛의 반짝거림. 저를 살피는 눈동자를 빨려들 듯이 바라보던 아성이, 그의 옷깃을 꽉 쥐었다. 틀림없이 실재하는 촉감이다. 눈을 감는다. 뜬다. 다시,



"하늘을...날고 있잖아."



눈이 감겼다.










소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녹슨 철망을 계속 밟아 다지는 것 같다. 가까워지는 것 같다가 멀어졌다. 복면 뒤 거친 숨소리들이 샌다. 머리 위, 정수리 위다!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놈들은 죽지 않았다. 모든 게 꿈이었던 것이다. 대관절 무엇이. 성당을 지나쳐 이어간 미행. 아니면 뒤통수를 노리는 밤색의 중절모.


대체 무엇이...왜?



"으..음..."



혀끝으로 무언가 닿았다. 흘러들어 온 물과 함께 삼키고서야 눈을 뜬다. 별처럼 쏟아져 내리는 샹들리에 불빛. 아성은 한동안 눈만 깜빡이면서 천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정도 호화로운 방이라면 최소한 죽이려고 끌고 온 것은 아닐 거란 생각에 안도한다.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또는 거래할 수 있는 적정선의 정보는 무엇일지 생각했다.



"생각에 잠긴 표정이구나."


"누구라도 그럴 상황이지."



부축하여 다시 눕혀준 이가 있었다. 아성은 얼굴을 살짝 기울여 침대 옆 지키고 있는 사내를 바라본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금 그의 행색을 살펴보기도 했다. 칠흑처럼 검은 셔츠와 베스트를 갖춰 입는 것도 흔한 차림은 아니었으나, 허리를 넘기도록 길게 빗어 내린 머리카락은 오늘날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아마 상해 온 군데를 뒤지고 다녀도 찾기 힘들겠지. 


눈썹은 짙어 단정하게 뻗었고 큰 눈은 원해遠海와 같이 아득한 구석이 있다. 꽉 다물려 곡선을 그린 윗입술을 한동안 살폈다. 미남자기는 하지만, 분명 초면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사용하는 걸 보니 용모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리라. 목을 가다듬고, 아성은 힘겹게나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역시 방 안은 넓은 데다가 고급품으로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돈을 엄청나게 끌어모았군."


"……."


"부모를 잘 만난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죽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있던가."




친모는 어릴 때 저를 버린 터라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 이야기를 하며 쓴웃음 짓던 아성은, 낮게 울려 퍼진 읊조림에 무심코 사내를 마주 보았다. 몸을 일으켜 에메랄드 색 협탁에 걸터앉아 놓고도 여전히 침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의식을 차린 직후 묘하게 상기되어 있던 남자의 표정엔 어느새 실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아성은 그 이유를 짐작하려 했지만 답을 찾지 못한 중이다. 사전 정보도 없고, 묘한 행색하며.




"조금 전 내게 뭘 먹인 거지?"


"……."


"이 집엔 당신뿐인가?"


"말동무는 필요치 않으니까."


"도통 무슨 상황인지. 나는,"




대답은 선택적이고, 그마저도 친절하지 않다. 장발의 사내가 하염없이 저를 응시하고만 있자 아성은 당황한 것도 같았다. 부상 후 깨어난 탓일까.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아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생각을 정리하려고 애썼다. 의식을 잃어갈 즈음 하늘을 날았다는 건 물론 착각으로 치부한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인지 알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쪽이 태도를 추스르는 게 필수다.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일 필요가...있다.


그러나 다시 얼굴을 들고 입을 떼려 했을 때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아성은 샹들리에처럼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봐 둔 일이 있다. 의식을 잃기 전이었다.




"내가 기억나지 않..는가?"


"……."


"조금이라도. 정말, 천만 분의 일이라도. 혹시 내가-"




흑발. 창백한 안색의 사내가 다시 침대에 가까워져 온다. 아성은 본능적으로 몸을 물리려 했고, 침대 주변에 무기로 쓸 수 있는 사물이 있는가 빠르게 탐색했다. 거기까지였다. 대책 없이 손목을 잡힌 후 모든 계획과 분석이 어그러졌다. 숨을 한 번 쉬는데 전신으로 열이 오르는 느낌이다. 특히 배꼽 아래가 아주 욱신욱신했다.


사내는 아성의 손을 잡더니 본인의 얼굴로 올려냈다. 화약 내 걷히지 못한 손가락이 뺨을 스치자 슬쩍 기울여 얼굴이 모두 담기도록 자처한다. 소름이 돋았다. 인간의 눈이 아닌 곳에서 눈물이 맺힌다. 침대에 걸터앉은 이가 몸을 기울여 지척까지 다가오는데 막지 못했다. 입술이 맞닿을 때가 되어서야 가까스로 어깨를 밀쳐내고 입가를 가린다. 심장박동이 제어를 잃은 것 같다.




"대체, 나한테 뭘 먹인...!"


"비겁한 방식은 피하려 했는데, 도무지 용기가 나질 않더군. 네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면."


"흥분제..강심,제..그런 거군."


"나는 어찌해야 하나."


"하아-이게, 무슨 짓...하는..."


"그런데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




아직 몸도 회복되지 않았다. 제 몸 건사하기도 바쁜 사람에게 치료제가 아닌 약 따위를 먹이다니. 아성은 신경질적으로 셔츠 단추를 풀어내려다가 여의치 않아 잡아 뜯듯이 굴었다. 얼굴과 목덜미를 다정하게 쓰다듬는 손길에 욕을 짓씹었지만, 스스로 내치지 못한다. 눈살을 구긴 채 상대를 노려봤다. 온통 검은 의복의 사내가, 실상 가냘픈 낯빛이다. 



"너는 나를 잊었다. 소경염."



턱을 슬며시 쥐어낸 자가 입술을 대었다. 표피가 마찰하자마자, 아성은 그의 뒤통수를 움키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소경염. 낯선 이름을 기억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무위로 돌아간다. 대신 목끝까지 올라와 있던 그의 셔츠 깃을 엉망으로 구겨 놓으며 입을 벌리도록 했다. 아예 뒷말을 이어갈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대단한 투지였다. 열이 오르고 이렇게나 숨이 차는데, 정작 거친 입맞춤을 받아내던 사내는 그저 서글픈 기색이다.




"그자는 누구이고 당신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간신히 말을 이어가던 차였다. 입술을 먼저 뗀 남자가 스스로 베스트와 셔츠, 바지까지 모두 몸에서 벗어냈을 땐 눈앞이 하얗게 엎질러질 지경이다. 허억-헉. 숨을 고르던 아성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침대 위에서 느릿느릿한 남성을 좇기 바빴다. 




"미친 짓이야. 정말 미친..짓이군."




엎드린 몸은 경건하기까지 한 동작을 이어갔고, 사실 마른 허리와 탄력적으로 근육이 붙은 엉덩이는 자꾸만 시선을 앗는 중이다. 가슴에 손을 얹은 아성이 정신을 다잡듯 두어 번 고개를 털어댄다. 그러나 다시 눈을 떠도 엎드린 나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남성은 길게 내려트려 진 머리칼을 한쪽으로 넘겨 버린다. 이제 벗은 어깨에서부터 척추, 둔부와 늘씬한 다리에 이르기까지 고스란히 시선을 타게 되었다. 애수에 젖은 은청색 눈동자. 미지의 사내는 엎드린 그대로 다리를 좀 더 벌렸다. 본인도 이런 행동이 익숙지 않은 게 분명하다. 하얗게 갈라진 다리 사이. 허벅지가 떨리는 것을 눈치챘다.




"이것도 꿈일 테지."


"아무래도 좋다. 부디..."




 사내의 음성은 필히 애처로운 구석이 있었다. 눈을 꽉 감아버린 채 엉덩이를 잡는다. 그는 미처 생각지 못한 밀부가 보이도록 아성에게 정성을 쏟는 것이었다. 아니면,




"나를 가져다오. 경염."




다른 누군가를 위해. 










쟁탈혼사기 때도 '이상하죠? 저도 압니다...ㅎㅎ' 이랬었는데

음 이거에 비한다면 장난이었ㄸ ㅏ ... ㅠㅠㅠ 이상하조 히히히히히

그래도 끝은 멀쩡하리라 기원하며~ 분량은 6:4 정도로 금릉 시점이 많을 듯하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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