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쇄玉碎

三. 어긋난 차륜车轮





진맥을 마친 태의가 물러나 처방을 내리고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전하였다. 침상의 황후를 부축하려 나인 설천이 다가섰으나, 경염은 한사코 물리고서 홀로 몸을 일으켜 앉는다. 




"송구하오나 황후마마. 태궁 주변으로 찬 기운이 쌓인 탓, 이를 보補하는 약제를 지어 올리니 식후로 필히 복용하셔야 하옵니다."


"잘 알겠네."


"또한 당분간은..."


"몸을 험히 다루어서도 안 되고, 외출도 자제하란 말이겠지."





입궁하여 그야말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온 말이 아니던가. 경염은 달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태의의 진단을 받아들인다. 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설천은 태의를 배웅한 뒤 돌아와서도 표정이 좋지 못하였다. 그녀는 정왕부 소속 무관이었던 열전영의 친누이로서, 오랜 시간 경염을 보필한 여인이었다. 이젠 저가 모시는 상전의 눈썹 떨림만 보아도 속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리라.


간밤 황상의 침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또한 황후가 어떠한 일을 겪은 것인지 자명한 이치이다. 물러 나온 황후께서 겨우내 침상으로 몸을 눕히어 자리보전 한 것이 꼬박 반나절이었으니, 지금에야 운신할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한 것이다.


설천이 헤아리기에 눈 앞의 사내는 타인 앞에서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고집이 있었다. 그나마 낯선 타국에 들어 우여곡절 겪으며 저에게 만큼은 언뜻 진심을 내비칠 때가 있으니 이마저도 애처로워 더욱 마음을 쓰게 된다.




"전하께셔도 들으셨지요? 탕약을 드시려면 필히 속을 채우셔야 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폐하께서도 너무 하십니다. 이리 혹하게 다루실 건 뭐랍니까."


"그런 것이 아니래도 그러는구나."


"아니긴요. 이렇게 안색이 창백해지신 것을 보면 안 봐도 뻔하지요."





곁으로 다가든 설천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여전히 그를 양梁의 군왕으로서 섬겨 칭한다. 이는 자칫 황제의 노여움을 살 일임에도 뜻을 꺾지 않는 것이라. 평인平人의 기운 타고난 설천은 음양에 따른 심오한 섭리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한 사람을 오래도록 보필한 자의 직감과 눈썰미란 결코 틀리는 적이 없었다. 확신에 찬 그녀의 말에 경염은 그만 말을 아끼기로 한 듯하다.


그녀 역시 북연에 들어 수년을 보낸 중으로 황제 내외의 후사가 없음을 알았다. 당사자들 뿐 아니라 조정 대신들과 황실의 걱정 또한 날로 커져 가니, 경염이 느끼는 중압감도 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표현하지 않는다 하여도 내심 아이를 바라는 이의 기색과 눈빛이란 결코 쉬이 숨겨질 일이 아니었다.


풍모와 인품 모두 고국에서 섬기던 주군과 다를 바 없으나, 경염은 분명 변해가고 있다. 이는 북연의 황제를 만나 난생 처음 음기를 틔워 발현한 직후가 도화선이 되었다. 서서히, 그러나 완연히. 북연의 소 황후로서 물들어가는 것일까….

  




"전하께서 홀로 노력하신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말이여요."


"……."


"소인이 듣기로 폐하께서 몸 안에 냉기가 넘쳐나는 바람에 후사가 없단 말이 돌던데, 그게 진짜일까요?"


"...그런 말이 퍼졌단 말이냐."


"예.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말을 옮기는 게 발각된다면 태감 총관께서 엄벌에 처하신다고요."


"황체를 빗댄 낭설이니 당연한 처사이지."


"전하께선 정말로 아는 바가 없으신 겁니까?"


"괜한 말을 하는구나."





고개를 저어낸 이가 침상 아래로 발을 내딛자, 얼른 그를 보필하면서도 호기심 어린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경염은 옅은 한숨을 내쉰 뒤 창가로 걸어갔다. 닫혀있던 창문을 젖혀내고 바람을 맞이하니, 달아오른 두 뺨이 차차 식어가는 참이다. 오로지 충절 하나로 여기까지 함께한 권속이 아니던가. 말소리는 낮고 정결하였으나, 어쩐지 경염의 표정 서글픈 빛은 지지 않는다.





"설천. 이 넓은 황궁에 너마저 없다면...나는 어찌 살아가겠느냐."


"전하!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나 역시 너와 같다. 그러니, 오늘과 같은 발언은 두 번 다시 해서는 아니된다."


"명심하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제가 잘못했어요."




창 밖 보이는 것이라곤 눈과 귀 틀어막은 *대옥정大屋顶 뿐이라. 한숨마저 삼킨다.

적막에 물든 황후전, 황상의 행차 전까지 찾는 이 하나 없었다.



대옥정大屋顶

웅장하고 화려한 지붕을 일컫는 말





⁂ ⁂ ⁂





복부 좌측에서 반대편. 맹수가 살갗을 가른 듯 기묘한 흉터가 자리했다. 희고 보드라운 살결에 도무지 융화될 수 없는 것이니, 사실 합궁에 임할 때마다 지나치지 않고 손으로 다루며 입으로 달래는 곳이기도 했다. 땀 젖은 황후가 일그러트린 얼굴로 끙끙대는 지점인 탓, 더욱 깊게 몸을 치대며 혀를 놀렸다. 흉곽을 헐떡대던 나신裸身. 허공에 나부끼던 발목….


두 내외의 잠자리 결코 적지 않았으나, 여전히 서툰 구석이 있었다. 겨우내 좁은 밀부를 열어주고 사내를 받아내는 동안 눈길 한 번 마주치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 타국에서 들인 황후는 본디 말수가 많지 않고, 부부나 혈연 사이에 주고 받는 다감한 애정은 애초 모르는 이로 느껴졌다. 그나마 지금은 북연에 어느 정도 적응하여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것에 자연스레 녹아들 정도가 된 것이다.




'양국 화친에 따른 대사일 뿐이니, 폐하의 진정한 귀애貴愛는 바라지 않겠습니다.'



혼례를 치른 당일 초야. 자평하길 자애롭거나 나긋나긋한 처가 되지 못할 것이라 용서부터 청한 사내였다. 이 얼마나 목석 같으며 고지식한 처사란 말인가. 그럼에도 황상은 경염의 곧은 근본과 인품에 마음이 끌렸다. 더군다나 수백 군사를 지휘하던 이가 서툶에 당혹하며 몸을 내어 줄 때면 알 수 없을 충족감에 온몸으로 전율이 오르는 적 한두 번이 아니라. 이는 사내 된 본성으로 지닌 정복욕과 독점욕을 묘하게 자극하는 것이었다.



혈혈단신 홀로 타국에 갇힌 신세이려니, 황상은 나름 그에게 많은 애정과 배려를 쏟으려 노력했다. 다정한 지아비가 되려 마음과 시간을 기꺼이 들이기도 하는 바. 이는 자신이 짊어진 그림자와 짐까지 황후에게 얹을 수 없어, 늘 좋은 것만 보고 듣게끔 하려는 사내의 *우책愚策이 되었다.



우책愚策
어리석은 술책



결국엔 황상도 하나의 인간에 지나지 않으리라. 분노와 취기는 군왕으로서의 절제를 누르고, 성난 짐승처럼 날뛰는 때가 도래했다. 어지간해선 그 자제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였으나 간밤과 같은 상황은 본인 역시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환궁한 연왕을 대면하니 어린 시절부터 지워진 멍에가 떠올랐고, 아우의 실명에 얽힌 비화까지 피어올라 심중을 찌르는 바람에 냉정을 잃었다. 연회의 흥을 돋우려 나서다 과음을 하였으니, 실로 자책이 따를 수밖에.



"...그리 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향로香爐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황룡이 자리한 수석繡席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황상은 턱을 괸 모습이었다. 심신을 안정하려 향을 피우고 한동안 명상에 잠긴 듯 보였으나, 결국은 간밤의 일이 자꾸만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 애써 눈물을 삼키던 얼굴이 감은 눈 속에서도 못내 마음에 걸려 편치 못한 것이다. 단지 취기였다기엔, 황후가 기진할 만큼 심히 다루지 않았던가. 이는 뜻모를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일지도 몰랐다.


여태껏 의식하지 못하고 지냈으나, 황후를 또 다른 양인 남성과 근접케 한 것도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그 이는 자신과 외양이 꼭 닮은 쌍생의 아우인 데다가, 연왕은 정쟁政爭에 휘말려 한 쪽 눈을 잃고 말았다. 비록 본인이 주도한 일이 아니었다고 하여도 황상이 느끼는 죄책감이란 쉬이 사라질 수 없는 것이었다.


단지 연왕과 황후가 한 시야 속 담긴 것만으로, 황상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격랑과 마주한 심정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겪은 격이니 그로서도 자제력을 잃은 터였다. 싫다는 이의 아랫도리를 강제로 들추고 취하였으니….




"폐하. 무슨 근심이라도 있으신지요. 용안에 수심이 그득하옵니다."


"아니다."


"말씀해 보시옵소서."


"짐은 그저...황후가 마음에 걸리는구나."




태감 언추가 곁으로 들어 조심스레 여쭙는다. 퍼뜩 눈가를 좁힌 황상께서 나지막이 황후를 언급하니, 언추는 입가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두 내외 서로에게 무심한 듯 굴어도 결국은 마음을 쓰고 가슴을 끓이니, 황궁 밖 시항市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의 연애담에 다를 바가 있겠느냔 말이다.


어젯밤 침전에서 있었던 내밀한 일은 당사자들 만의 비화라고 보아야 맞다. 허나 황상을 평생 모셔 온 언추로서는, 그저 보잘 것 없는 권간을 올려서라도 주군의 근심을 덜어주고자 하였다.





"황후 마마께서, 혹여 폐하께 서운한 마음을 가지셨을까 심려하시는 것인지요."


"행여나. 그럴 이였다면 여태껏 짐을 참아주지도 않았을 테지."


"폐하."


"금일 눈을 떠 보니 숙취로 정신이 혼미하고 눈앞은 흐릿한데, 황후는 의관을 정제한 채 앉아있더군."


"송구하옵니다. 소관 역시 그것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짐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그 고된 일을 겪고서도...미동도 없이 좌정하여 버틴 것이지."


"……."


"고지식한 사람 같으니."






침전을 나설 때 비록 부축을 받았을지언정, 황후는 실로 꼿꼿한 자세로 앉아 황상의 기침起枕을 지켰다. 당시는 잠기운에 밀려 제대로 된 치하의 말도 전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잠자리에서 황후를 끌어안고 혹독히 다룬 일과, 아침 나절의 모습이 점점 선명해지기만 할 노릇이니. 





"황후 마마께 귀품貴品을 하사하시어 마음을 풀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도리어 불편해할 테지."


"그렇다면 악공과 무희들을 보내시어..."


"지금 몸으로 장시간 앉아 있으라니. 그건 형벌이 아니냐."





여전히 턱을 괸 채, 황상은 그 어떤 방책도 탐탁지 않은 듯 고개를 내젓는다. 일국 지존일진대 아이처럼 찌푸린 용안을 뵈오니 도리어 웃음이 터질 참이었다. 간신히 입가를 가린 언추가 고개를 슬며시 돌리자, 황상 역시 그를 눈치챈 듯하다.





"어찌 웃는 것이냐."


"아니옵니다. 그저...고심하시는 폐하를 뵈오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폐하께서 황후 마마의 심경과 용태를 모두 헤아리고 계시니, 소관이 감히 훈수를 둘 일이 아닌 듯 하여 드린 말씀입니다."


"...그랬던가."





궁에 머물며 명실상부한 황제의 정비로서 자리매김 하였다. 북연에서 누리지 못할 것 없고, 취하지 못할 재화가 없거늘. 경염은 정왕부에서 지내던 것과 같이 사치를 금하고 검소한 생활에 앞장 서니 내명부의 본보기가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 어떤 금은보화로도 사과의 뜻을 전하기 힘들 테니, 황상의 자리에 올라서도 죄 많은 사내들의 고민이란 것은 매한가지가 되리라.


향불은 고요히 눈 감아 타오르고 두 사람의 고심도 깊어만 간다. 고개를 조아린 채 있던 언추는 한참만에야 앞으로 나서며 입을 뗀다.





"폐하. 이리 해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묘안이라도 있는 것인가."


"근래 진상된 개암을 어선방으로 보내심이 어떨지요."


"...개암?"


"예. 황후마마께서 고국에 계실 적 즐기셨던 음식이 개암이라 들었사옵니다. 황후 마마의 모친께서 직접 간식을 만들어주실 정도였다고 하니, 분명 황후 마마의 마음에 찰 것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필시 황후에게 위로가 되겠구나."





마주한 존안에 화색이 감도니, 언추로서도 뿌듯한 마음 감출 길 없어 미소가 자리한다. 뜻을 받들어 곧장 어선방에 명이 내려졌다.




"황후전에 내릴 *진자당榛子糖을 만들도록 일러라."




진자당榛子糖
개암사탕. 개암을 속에 넣고 밀가루와 설탕을 겉에 발라 만든 사탕





⁂ ⁂ ⁂





연왕부 담장 한 편으로 커다란 흑송黑松이 자리했다. 수년이 흘러 환국하였음에도 그 자태 변치 않고 웅대하여 주인을 맞으니, 내심 고국을 그렸던 연왕으로서도 반가운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그리 고된 세월 보내었는데, 본국은 변한 것 하나 없군."



어린 시절부터 활동적이고 격식에 얽매임 없던 연왕은 나무를 타고 오르는 것에도 소질을 보였는데, 지금은 장성하여 보는 눈 또한 많으니 날랜 동작으로 나무에 올라 남몰래 즐기는 휴식이 될 터다. 볕 아래 드리운 나무 그늘 위안으로 삼고, 단단한 나뭇가지에 몸을 눕혀 콧노래 부른다. 연왕은 제 팔을 베개 삼아 누워 스르르 눈을 감았다. 얼굴을 간질이는 바람에 금방 잠에 빠져들 듯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찰나 선잠을 즐기던 눈꺼풀이 잘게 흔들리고, 발 아래 두런대는 말소리가 귓가로 찾아들었다. 익숙한 음성인 것을 보니 필시 연왕부에 속한 부관들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황궁 사정엔 어두워 뒤늦게 소문을 들었네. 거 참..."


"폐하께서 성군으로 명성을 떨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후사가 없는 것이 얼마나 큰 맹점인지 모르는 이 없을 것인데."


"그러니 폐하와 황후께서도 고역이실 테지."


"걱정이네. 태자 자리가 계속 비어있다면 연왕 전하께 괜한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닐지."


"이 사람, 큰일 날 소리를!"





잔뜩 소리를 낮추긴 하였으나, 바로 위 나무에 누워있는 이에게 들리지 않을 리 없다. 대화는 황상 내외와 그의 아우를 언급하고 있었으니 당연히 밀담으로서 나누어야 할밖에. 느리게 눈 떠낸 연왕은 잠자코 대화를 들어두었다. 충직하기로는 당할 자 없는 부하들이자, 또한 전우戰友이기도 하다. 자기네들의 주군이 후사 다툼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게 분명하리라.





"걱정이 되어 하는 소리 아닌가. 전하께서 역심 따위 품지 않을 분이란 건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나도 같은 생각이네. 차라리 후궁을 들이셔서라도 폐하께서 빨리 후사를 보셨으면..."


"폐하야말로 그 누구보다 후사를 원하지 않겠나. 오죽하면 귀량을 수소문하여 찾고 계시단 말이 나돌겠느냔 말이야."


"귀량? 선대의 그 귀량 말인가?"


"그렇다네."




귀량鬼倆. 낯설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는 선황제 시절 이름난 명의로서 활약하였으나, 국법으로 금한 독술毒術을 강행하였다가 발각되었다. 당시 선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었기에 중형에 처해지지 않고 좌천되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였다. 그러나 귀량은 곧 사의를 표하고 재야로 들어 종적을 감추었으니, 그것이 항간에 알려진 귀량의 마지막 행적이다.


황상께서 귀량까지 찾아 나섰단 말인가….


후사 문제로 고민이 깊어진단 것을 알았으나, 귀량을 수소문한단 것까지는 알지 못하였다. 실로 황상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너르게 나라를 살피고 어질게 돌보는 황제이자 다정한 지아비인 듯 보이나,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그 역시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어찌 되었든 우리의 실행失行이 전하께 누가 될 수 있으니, 각별히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세."


"맞는 말이야. 황실에 관련한 이야기는 섣불리 꺼내지 않는 게 좋겠네."




후사를 잇지 못하는 부부. 비워진 황후의 태궁.

대영전 연회에서 마주한 서글픈 눈빛은, 착각이 아니었던가.




"……."



흑黑, 적赤. 매섭게 휘날리던 기치.

그것은 양梁의 깃발이다.


두려움 따위 태생부터 잊은 듯, 전군을 지휘하던 선봉. 고작해야 제 나이의 소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지만 조금도 잊히지 않았다. 붉은 술 늘어트린 투구를 여전히 몽중에 그리었다. 




"너무 늦었다."


"....내가, 심히 늦은 것이다."




잔뜩 익은 해넘이가 얼굴로 번졌다. 연왕은 쓸쓸한 말을 못내 흐리며 눈을 감는다. 암연히 죽어버린 한쪽 시야도, *옥골선풍玉骨仙風의 소년도 평생 지워야 할 것이었다.




옥골선풍玉骨仙風
살빛이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풍채.






으헠 잠깐 나갔다 와야 해서리 오타 검수를 못했네유 나중에 수정해 놓을게요

옥쇄는 묻혀있던 것을 땅을 파헤쳐 조금씩 엿보는 느낌으로다가 갑니다.

하하핳 다음편에 좀 취향타는 게 나올것도 같아서....최대한 정신줄을 붙잡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덜 감사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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