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공관으로 향하던 차가 노선을 바꿨다. 예상보다 일찍 끝난 회의 덕에 잠깐의 짬이 난 덕이다. 그렇다고 해도, 특고과의 중추이자 재무부 장관인 사내의 일상이 여유로울 리 없다. 기껏해야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잠시 숨통을 트여주어 운수 좋은 날이다.

명 장관의 차는 조명 대부분이 불을 내린 골목길에 진입했다. 숨죽인 차체는 태양볕 아래 등허리를 빛내고, 술 취한 창부 두어 명이  우락부락한 사내들에 이끌려 쪽문 안으로 들어서는 게 보였다.

 


날은 더없이 화창해서, 이른 아침 봐두었던 하늘의 쾌청함을 그대로 유지한다. 단지 거리가 뿜어내는 냄새와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렇지 못할 뿐이다. 명 장관이 이 어둑한 골목을 달에 한 번 정도 찾는다는 건 아는 이가 몇 없었다. 피붙이에게도 전하지 못할 기호嗜好였다. 옆자리에 부인의 이름으로 누군갈 세워두는 건 정치적 명목에 지나지 않는다. 따분한 문제이지. 그렇다고 지속하여 정부情婦를 두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명 장관은 이곳에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곤 했다….

 

 

 

 

"이제 여름이 다 되었어."

 

 

 

 

드문드문 하늘에 드리운 구름이랑, 바탕의 색감 자체가 맑다. 창문을 약간 내리고 틈으로 햇볕까지 받아놓고 나니 불쑥 그런 말이나 읊는 것이다. 주말 아침에도 비공식적 업무로 늘 바쁜 신세. 눈 깜짝할 사이에 더위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그는 열린 창문 틈새를 그대로 둔 채 애연을 즐기려 했다. 아직 마음에 들만 한 인재가 보이지 않은 탓이다. 인력이 없을 시간이기도 하지. 

 

 

태양 그림자가 길게 움직이는 두 다리로 찢어졌다. 온당치 못한 걸음걸이가 분명하여, 사실 여기서 부랑자와 마약중독자는 흔한 풍경이다. 여기서 당장 밤만 깊어지더라도 육체노동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일거리 찾기에 바쁠 터였다. 좋은 차에 뻐끔 고개만 내밀고 앉아, 부유한 중년은 인기가 제법 많은 편이었다. 정작 찾는 쪽에서 맘에 드는 취향이 찾기 어려워 그랬지. 단시간 짜리 파트너 구하는 것도 오히려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

 


 

예고 없이 등장한 두 그림자가 차창 속 풍경으로. 퍽 왜소한 청년은 저보다 머리통 하나 더 큰 이에게 지폐뭉치를 던지듯이 받고, 입술이 비죽 움직인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영업이 끝난 댄스홀 앞이었다. 아마 저곳 주인이거나 해서 이 시간에 사용할 수가 있었겠지. 여튼 보수를 챙겨받고는 뒷주머니에 꾸역꾸역.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멀어졌다.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외투. 견디지 못했는지 주섬주섬 벗어내고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쏟아본다. 하늘빛에 담긴 태양열을 모조리 흡수해 쬐는 얼굴은 표백처럼 허옇게 연소해 버릴지도 몰라. 짙은 눈썹과 검은 동공이 옆모습으로 담겼다. 허름한 몰골로 보아 역시나 흔해빠진 부랑자가 확정적이리라. 사실 이 부근은 알게 모르게 남성 구직자들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란 말이다. 그 구직이란 게 온전히 몸으로 때우는 업종이라는 게 특별한 점이고.

 


엉기고 헝클어진 머리를 수작 없이 슥슥. 뒤로 넘겨낸 통에 짤막한 옆머리통과 목덜미가 노출되었다. 뻐근한지 목을 좌우로 두어 번. 마치 쓰러지기 직전처럼 사선으로 기울어, 풍경 속에 스며드는 청년. 이십 대 초반일까? 겪고 원한 바로는 가장 적합한 때였다. 소위 '몸의 대화' 서툴지도 난잡하지도 않게 나누는 상대로는.


허름한 광합성은 끝을 맺은 것인지 큼지막한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걸음이 시작되었다. 점점 이쪽으로 걸어와, 가깝다. 곧 창문 앞을 스쳐 지나는 옆모습이 선명하다. 푹 웃음이 터질 정도로 까치집을 지은 뒤통수가 짤막하게 드러나…. 의외로 축 늘어진 소매 아래, 손목과 손등이 정갈한 녀석이다.

 

턱선이 제법 남성미를 풍기지만, 벗겨 놓으면 말랐을 게 뻔하다. 휘청여 보이는 종아리 부분까지 살피고 결론을 내렸다. 남자를 다룬 적도 적지 않아 슬프게도 눈썰미란 것이 생겼다. 매끈한 상판을 보면 귀티가 나는 상이라서 '고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제 껍데기뿐인 담뱃갑을 알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뒷모습.

넝마 같은 거리와 완벽한 괴리인 듯도, 아닌 듯도 하다.

 

 

주류와 비주류. 정제와 혼돈.

청년淸年과 매춘賣春.

 

 

 

"저기..바로 앞에 녀석."

 

"예. 장관님."

 

 

 

사실 손목시계는 시늉만 했을 뿐, 제대로 내어 보지도 않았다.

담배 연기 속 숨어 있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명 장관의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옮겼다.

 


 

 

* * * 

 

 


 

"……."

 

 

 

 

구멍 난 감색 커튼을 등지고 말을 잃었다. 당황한 이유가 가장 크다. 웬 남성이 접근해서 좋은 일자리를 주겠다 수작을 걸기에, 속는 셈 치고 따라나선 게 화근이었다. 그가 방에서 나가버리고 곧 눈앞의 사내가 나타났다. 양장은 고급품이 분명한 데다가 값비싼 향수 내음이 진동한다. 수작 걸 때부터 몸 내어줄 각오는 나름 했건만, 이런 전개일 줄은 몰랐다. 아성은 뒷거리 전전하는 내내 이렇게 귀한 행색의 사내를 맞은 적이 전무했다.

 

일본인? 멀뚱히 마주 선 남자를 올려보다가 속으로 고개를 내젓는다. 이 거리, 자국인 외 일본인의 비율도 무시 못 할 정도이지만 막연히 그렇진 않을 거란 느낌에 젖는다. 테이블에 담배를 비벼 끄고, 한걸음 더 다가서는 신사였다. 포마드로 넘긴 흑발. 우뚝 솟은 콧잔등에 반쯤 그림자가 물들었다. 뒷골목 하류인생도 깡패도 아닌듯 하니 억지로 몸 대어줄 수고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한 번 몸이 고장나면 그건 생사와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놀랐단 표정이 역력한데. 처음도 아니지 않나?"

 

"……."

 

 

 

눈앞에 떡하니 멈춰 서서 슬핏 웃는 입술이 딱 시선과 높이가 맞는다. 어떻게 한 번에? 라는 표정이 된 순간이다. 신사는 아직도 손에 쥐고 있던 한겨울용 외투를 보더니, 대놓고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동정받은 기분이라 입술이 말랐고.

 

 

 

"눈빛이 말하고 있잖아. 다분히 사무적이군."

 

 

쑤욱 - 입술 앞으로 손가락을 내민다. 낮고 부드러운 어조인데, 이상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다. 어쩌면 행색만 점잖은 악당일지도 모른다. 친근하게 눈꼬리를 접어 웃고 한 걸음 더 가까이. 발끝과 끝이 입맞춤처럼 맞닿을 것 같아서 피했다. 이제 등 뒤로는 여전히 감색 커튼의 구멍. 그리고 침대.

 

 

 

 

"처음에 일거리 준다고 해서 따라온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건 거짓이 아니지?"

 

"죄송하지만 다른 파트너를 찾으십시오."

 

"저런. 말투도 아주 딱딱하군. 그런 어투는 군인들이 자주 쓰는데."

 

 

 

 

근래 지겹도록 일본어를 주워듣고 접하는 탓. 도리어 말을 할 때마다 힘주어 말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뒷골목 연명하는 몸뚱이의, 일종의 작은 저항이었다. 어찌 되었든 허리에 양팔을 짚어 올린 남자는 여전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이윽고 정장 상의를 벗어 소파에 걸치고, 소매 단추도 정갈하게 툭툭 풀어내는 행동이다.

 

 

 

"왜 싫은 거지?"

 

 

 

마치 어제저녁도 식탁에서 공유하여, 갖은 응석 다 받아주는 피붙이가 묻는 물음 같아서 억 하고 입이 막힐 지경이었지마는, 실상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격전지의 동포. 말이 이상하지만...어찌 되었든 몸 섞겠다고 직접 탐색까지 나선 상황이 아니던가.

오늘날의 상해는 격전 중이다. 여러모로.

 

 

 

 

 

 

"젊은 나이에 이런 곳에서 전전하고, 안 되긴 했어."

 

"그냥 가게 해주십시ㅇ...."

 

"주로 남자만 상대하나?"

 

 

 

 

 

아성은 후에야 제 입술이 멋대로 움직인 것을 깨달았다. 제법 험한 욕이 튀어나온 듯하다. 욕지거리마저도 또박또박 씹는 게 차라리 진지하였으므로, 신사는 그게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빙그레 올려주었다.

 

눈빛은 맑아 섬세하고, 그럼에도 꺾기 힘든 본연의 근성이 보인다. 현재의 표정만 보았다면 후대까지 명성을 떨칠 독립투사의 혼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런데 현실이란 근근이 울리는 자동차 소리, 허름한 여관방 배경 삼아 계절옷 갖춰 입기도 힘든 부랑자 창부였으니 일단 동정만은 참아주도록 한다. 20대의 나이라, 가장 끓고 뜨거워 패배보다 동정을 치욕으로 삼을 때였다. 지금 중년도 치열하게 겪었던 예전처럼.

 


 

"저도 묻죠. 이렇게까지 왜 저를 걸고넘어지는 겁니까."

 

"난 오늘 중국인, 젊은 피를 원하거든."

 

"...기도 안 차는군."

 

 


 

수도 없는 일본 창부들을 상대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사내는 퍽 높은 지위에 올라있는 자가 분명했다. 아니면 허무맹랑한 허언 일삼는 작자일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든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성은 눈앞의 신사가 제 상대가 아님을 직감했다. 쉽게 빠져나가거나 제압할 수 있는 작자가 아닌 것이다. 이 사내랑 엮이지 않으려면, 애초 이 방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망연한 사이 팔목을 끌고 침대에 걸터앉혔다. 테이블과 세트인 의자를 끌고 와서 마주한다. 아성의 얼굴에 이글대는 분노가 따랐다. 네 나라 땅에서 고작 하려는 게 불법적인 살섞음이고, 그 정도 짓거리에 중국인이란 이유로 당신 편의 봐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말이다. 누구는 생존이랑 연명을 위해서 억지로 삼는 업을, 누구는 한 순간 유희 거리로 가벼이 즐기는 것이 그러했다.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가 불길처럼 타올랐다. 뒷 일이야 어찌 되든 당장 주먹이라도 날릴 수 있어. 선 굵고 멋들어지게 짜인 저 얼굴에 얼마든지 그러하겠다, 각오가 결연하게 굳는다. 그렇게 비역질에 목말랐다면 당장 길거리 뒤져보면 역시 흔해 빠졌을 거라고, 그런 말 더하기까지 준비해서.

유창하게 쏘아붙일 수 있을까.

 

 

 

 

 

"잘 들어. 난 시간이 곧 금인 사람이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두 시간이 좀 못 된다."

 

"……."

 

"즉, 시간이 촉박하다는 뜻이지. 넌 이미 내가 제시한 돈을 받았고 지금 뒷주머니에 있잖아?"

 

"개자식."

 

"욕도 할 줄 아네."

 

"정확히는 당신 부하가 찔러준 돈입니다."

 

"어찌 되었든. 내 지갑에서 나왔지."

 

 

 

 

의자를 붙이고 좀 더 내밀한 간격을 만든 신사가 무릎을 쥐는 순간엔 번득, 다리가 떨렸다. 덕분에 상대방 앞에서 당황한 걸 들켰다는 생각에 더더욱이나 분해진다.

 

 

 

 

"널 설득하는 데 한 시간을 다 쓸 것 같은데."

 

 

 

혼잣말처럼 낮게 낮게 퍼지는 남자의 음색이 동공에서 툭 미끄러져, 목덜미를 훑고 허벅지에 안착했다. 무릎에서 허벅지로 가감 없이 오른 큰 손을 보며 뱅글뱅글. 머릿속에서 모국어와 일본어로 온갖 욕들이 부유를 시작한다. 정녕 남자를 피할 수는 없단 말인가. 등허리가 떨린다. 허벅지를 더듬은 이가 지껄이자 머리가 더욱 울린다.

 

 

 

 

"만져보니까 역시 말랐어. 근육량을 늘릴 필요도 있겠고."

 

"……."

 

 

 

왜 버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어, 기억은 열댓 살 즈음부터 시작된다. 진원지는 말끔하게 짓이겨졌거나 타버린 것이다. 사고였을까, 버림받았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골몰하던 때가 있었다. 그것도 이 척박한 땅덩어리에서 하루하루 부지하며 버티기엔 사치라서 이내 끊임없이 낡아지고, 마모磨耗이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본연적이고 가장 인간다운 질문도 잊게 되었다. 나는 인간도 아니다. 그 누군가의 무엇도 아니다.

 

악마 같은 일제 치하, 같은 동포. 사내. 사실 마주치기만 하더라도 가슴이 답답했다. 사내들이 원한 것은 여태껏 모두 같았다. 사내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다. 이유 없을 분노이고 경멸이며, 서글픔이기도 했다. 당연한 생득조차 박탈당했어…. 자국인이, 싫다. 고약하다.

 

 

 

 

 

"난 네가 마음에 들었어. 그것도 아주 심하게 말이다."

 

 

 

상해인上海人은,

무섭다.

 

 


아래턱이 덜덜 떨린다. 그러나 아성은 저항하지 못할 만큼은 아니라,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속으로 되뇌었다. 자신에게 최면을 지독하게 걸면서 버티지만 다짜고짜 양 팔목을 쥐어잡고 놓지 않는 힘도 만만치는 않아, 아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행색이 되었는데도 남자는 멈추지 않았다. 쓱쓱 - 살결에 밀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아성의 팔목을 걷어 올리더니, 두 눈이 빠르고 면밀하게 살결을 훑어 내려갔다.

 

 

아프다며 면전에 대고 할퀴는 목소리였지만 이번엔 벌러덩 침대에 눕혀져 버렸다. 당장 바지라도 벗기려 든다면 발길질부터 하리라. 각오가 대단했는데 우습게도, 신사는 발목을 쥐더니 이번에도 바짓단을 올려 정강이까지 드러나게 했다. 살갗을 살펴대는 짓거리가 여전하다.

 

 

 

 

"약은 안 하는군. 맞지?"

 

"무...슨, 지금 무슨!"

 

"대연大烟."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과 어조로, 안심한 게 역력한 남자가 몸을 일으켜준다. 억지로 밀쳐 눕힐 때는 언제고. 아성이 가쁜 숨 내쉬며 손등으로 얼굴을 연신 문질렀다. 생면부지 처음 본 사이. 그것도 뒷골목 육체노동자를 상대로 아편 중독 걱정을 해주다니 말이 되질 않는다. 이상한 작자가 분명해.

 

 

 

"심신이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지."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아래턱이 들렸다. 자상한 표정의 얼굴이 코앞에서 같이 숨을 쉬고 있기도 했다. 짙어서 마주하기 버거운 남자의 눈이 왼쪽, 오른쪽. 차례로 시선을 얽어댄다. 강제로 입술이라도 부빈다면 목숨 걸고 깨물어줄 테다. 나름의 비책도 하나 둘 떠올리던 차였다. 위기상황 모면하는 방법은 다년간의 경험 덕에 이쪽에서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아 - 해 봐라."

 

"……."

 

"입을 벌려 보란 말이야."

 

 

 

 

한껏 얼굴을 낮추어 살피는 통에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마침내 입안이랑 얼굴, 상의 목둘레를 주욱 늘려서 안의 몸까지 샅샅이 볼 참이다. 거세게 손을 내친 덕에 그쯤에서 무마되었다.

 

 

 

 

"입 맞춰 달라고 하면 거절하겠지?"

 

"절대."

 

 

 

 

예상 범위였다는 듯 설렁 웃어버린 얼굴이 옆으로 사라져,

 

 

 

 

 

"이게 뭐하는 짓..!!!!"

 

"주는 걸 거절했으니 내가 가져와야지."

 

 

 

 

어안이 벙벙해 볼을 감싸 쥐고. 입술과 숨 냄새가 동시에 볼을 스치고 떨어졌기 때문에 온몸이 지르르 떨렸다. 거친 애무로 빨리고 깨물려 구강 애무도 일상이었지만. 오히려 볼에 다정한 입맞춤이라니 이따위 것은 단 한 번도...상상조차.

 

 

 

 

"이런 게 처음인 거군. 맞지?"

 

 

 

얼굴을 감싸쥐고 멀뚱멀뚱. 큰 눈으로 올려다보는 반응이 흡족하다. 몸으로 엮고 섞이는 건 이력이 난 주제에 이런 것으로 동정처럼 떠는 게, 모순이 지독한 존재란 게 맞다. 재미있는 녀석이다. 약도 하지 않고, 입안도 멀쩡하다. 질병 검사를 빠른 시일 내로 해야하지 않을까. 불현듯 창가로 향해 홀로 생각에 잠기고서는, 진중한 태세였다. 등 뒤에 죽일 듯 성성한 눈초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나와 함께 가자."

 

"……."

 

"일 해보고 싶지 않나? 네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일."

 

 

 

 

함께.


우스꽝스런 커튼을 배경으로, 빛나는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단어 하나에 다시 쿵, 쿵. 알 수 없을 박동이 심장을 거세게 치기 시작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로도 다리 안쪽에 힘이 꽉 들어가 부들거린다. 떨리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허리 뒤로 숨어든 손은 진작부터 시트를 쥐고 있다는 것. 남자가 몰랐으면 싶다. 차마 이거까지 보이고 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내 옆에서 일 해줬으면 싶어."

 

"어떤 일을..말하는 겁니까."

 

"조국을 위해서. 그리고,"

 

 

 

 

어느새 다가와 훤히 드러난 뒷덜미에 손길을 얹는다.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졸리게 굴었다. 안락한 온도를 선사하는 손길 속에서 점차 고개가 수그러든다. 아주 유순해진 모양새가 맞았다. 그 손의 온도가 자꾸 눈을 감기게 만들었다.

 

 

 

"나를 위해서."

 

 

 

스멀스멀 졸음이 올 것만 같아. 순하게 눈을 감아버리면서도 반대로, 맹렬하게 타는 심장은 그만두지 못한다. 곧 숨이 터질 것처럼 가빠지기 시작했다. 조국. 기억 속에서 모래알 하나 존재하지 않는 비정의 땅. 사내가 제안한 금역禁域이 떡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를 낳은 땅, 나를 버린 조국.

 

 

 

 

 

 

"미리 알려주지. 날 따라가서 제일 먼저 익혀야 할 단어일 거다."

 

"……."

 

"어렵지 않으니까 따라 해 봐."

 

"..그,게.."

 

"명루明楼."

 

"이름, 입니까."

 

"이제부터 잊어선 안 돼. 제일 중요한 거니까."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입술 아래쪽을 다듬어준 손가락이 정확히 짚었다. 명루. 볼따구니로 부는 뜨뜻한 호흡바람에 눈을 흠칫 깜빡인다. 그 이름을 따라 불렀다. 내 나라를 부르는 것이다. 이 빼앗긴 땅덩어리 시궁창에서 보란 듯 날아, 떠나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후일에."

 

 


가벼이 입술을 맞댄 남자가 웃었다. 입맞춤 하나에 온몸이 짜부러들어, 침대 복판 아이처럼 웅그리고만 싶은가.

나는 열고, 뛰쳐간다. 열린 문틈으로 덤비는 중이었다. 아성.

 

 

 

시들어버린 조국의 급소.

금역禁域으로.

 

 

 

 

 

금역禁域

출입이 금지된 구역

 

 

 



 

루성 배포전 나가게 된 김에 간만에 손풀기~~~~~

근양 아성 어릴 때 명공관 입성한 설정 말고 이런거...

아성이 데려다가 몸도 키워주고 근육량도 늘려주고 침대에서 총애하는 명장관...ㅇ<-<




화양련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