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예진 현대AU. 약간 뭐랄까 밑바닥 인생인데 둘이 만나서 보듬고 살아가는 그런 경예진이 보구싶다. 역시 이런 썰에 브금은 박쥐ost 가로등 아래를 깔아본다.


일단 경예는 나름 중산층 가정에서 평온하게 유년기를 보내다가 청소년기에 엄청난 혼돈의 시기 겪으면서 독립하게 된 경우면 좋겠다. 열 다섯 이쯤 되었을 때 갑자기 자기가 현부모님들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바르게 착하게 살아왔던 경예에게 그것은 매우 큰 격랑이었음. 게다가 자신에게 늘 냉정하고 엄했던 아버지...'내가 친 자식이 아니었어서?'라는 마음속 깊은 의문과 함께 결국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버린 그런 스토리.

사실 어머니와는 엄청 각별한 사이여서 울며 붙잡는 어머니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으나 사나이 소경예 사전에 번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 어린 나이에 집 무작정 뛰쳐나와서 근근히 먹고 사는데 그나마 어머니께 해에 한 두 번 간신히 살아있단 연락은 넣는 정도.


어린 소년이 길바닥에서 먹고 살만한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마수 뻗치는 어른들 투성이였을 거고, 그래도  체격 괜찮고 운동배웠던 경예는 그렇게 암흑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된다....산전수전 다 겪고 죽을고비 넘긴 얘기 풀려면 끝이 없을 건데 각설하고, 이제 완연한 청년으로 자라난 경예는 소년시절 전전하던 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1인 체제로 움직이는 해결사 정도로 해두자.


세상에 알지 못할, 알아선 안 될 일들이 너무 많고 경예는 그런 일들로 밥벌이 해서 살아가는 중임. 누구 뒷조사, 떼인 돈 받아주기, 청부살인. 가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 꿈과 포부로 가득찼던 세상은 더 이상 찬란하지 않았고, 온통 회색조였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뒹굴다보니 죽음이란 거에도 무감해져버린 경예가 보고싶다. 어머니와 짤막하게 통화할 때 만큼은 세상 가장 다정한 아들이면서,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다시 뒷골목의 무표정한 낭인浪人으로 돌아가는 소경예...


그런 경예가 현재 사는 동네는 매우매우 빈민촌임. 주택이 다닥다닥 복잡하게 붙어있고, 여름에 창문을 열면 옆 건물에서 걸어다니는 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릴 정도로. 경예는 낮동안 커튼 다 치고 죽은 듯 자다가 밤이 깊어서야 일 하러 나서는 생활패턴임. 낮에 주변이 시끄러운 건 이제 적응이 되고도 남을 건데, 그런데 최근들어 경예한테 좀 거슬리는 일이 생겼음.


원인은 바로 맞은편 건물에 입주한 이웃사촌 때문인데. 솔직히 여기 들어와 사는 사람들 중에 인생 편하고 행복한 사람 어딨겠음?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단 말이지.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와장창 부수는 건 기본이고 비명도 들리고....이미 소리만 들어도 그게 사람 줘패는 소리라는 걸 모를 리 없는 전문가(? 소경예. 누가 맞든말든 별 신경 안쓰고 사는 주의지만 잠을 깨우는 건 용납이 안 되는 거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위험 부담도 크고 순간 집중력이 좋아야 실수가 안 나는데, 일 하러가기 전에 잠들 제대로 못 자거나 지친 상태면 도움이 될 리 없으니까.


그 날도 대낮부터 한 차례 폭풍처럼 소음이 몰아닥쳤음. 민소매 티에 팬티만 입고 엎드려 자고 있던 경예가 잠에서 깨고 말았지. 저러다가 사람 잡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유독 비명이 크게 들려서 도저히 안 깰 수가 없었던 것.


"아주 죽이지 그래...."


체념한 듯 상체를 일으키고 중얼댔는데, 거짓말처럼 소리가 뚝 멈췄음. 한숨을 쉰 경예가 다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한지 얼마나 됐을까. 이제 두들겨패거나 부수는 소린 안 들리는데 딱 사람 자기 거슬릴만큼 작은 소리가 깨작깨작 나는 거임. 귀신소리 같기도 하고, 작은 동물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참다 못한 경예가 비틀대며 일어나서 커튼을 훽 젖혔는데 순간 눈이 너무 부셔서 손등으로 황급히 눈을 가려버렸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앞을 보려고 엄청 기를 썼는데, 이제 보니 건너편 창문에서 마구 쏟아진 반사광 때문이었음. 창가에 누군가가 어른대는데, 그 사람 얼굴 아래서 순간적으로 빛을 받은 물체가 원인이었지. 



"흐흑..흐..씨이....내가 뺏길 줄 알고..."


"……."



뭐가 그렇게 분한지 부들부들 떨면서 우는 남자. 소년? 청년? 모르겠음. 잠에서 덜 깬 중이라 부스스한 행색 그대로 창문을 살폈음. 체구가 크진 않고. 그런데 딱 봐도 얼굴이 개차반인게, 경예는 요즘들어 단잠을 깨우던 비명의 주인공이 저 녀석이겠구나 - 짐작함.


질질 짜고 있는 남자는 입술이 터져서 피가 나는 건 신경도 안 쓰는지 자기 목에 걸린 목걸이가 끊어지지 않았단 사실에 굉장히 안도하는 것으로 보였음. 흐르는 눈물 닦기 정신이 없더니 나중에야 여기서 보낸 시선을 알았는지 흠칫, 하면서 경예를 쳐다보는 거였음. 이제야 제대로 상판을 보네 저 진상. 직업병 일수도 있는데 경예는 한 번 본 얼굴은 어지간해선 잊어버리질 않고, 또 단시간에 상대방의 특성이나 성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음. 눈썰미는 필수지.



"..뭐,뭘 봐!"


"……."


"맞은 사람 처음 봐?"


"아니."


"근데...왜,"


"시끄러워 니네. 그냥 조용히 구는 게 좋을 거다."




행색도 변변치 못하고. 맞은 자국 외에 목덜미나 쇄골에 찍힌 자국만 봐도 대강 무슨 용도로 집에 가둬 두고 있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음. 여기선 5층, 저기선 4층 높이 건물인데 창문에 쇠창살까지 달아놓은 것만 봐도. 




"죽을 용기 있거나, 죽일 거 아니면. 그냥 포기해."


"ㅁ,뭐..뭐라고? 잠깐!"


"안 그럼 죽어. 너."




별 어중이떠중이 같은 것들이 사창가에서 헐값에 사람 사들여 짐승처럼 부리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었지. 인간 대접을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일 정도로. 아마 녀석의 주인은 성격이 대단히 더러운가 봄. 그렇게 질리지도 않고 패는 걸 보면. 또 그걸 견디면서 매번 소리지르고 견디는 저 녀석도 어지간한 고집이 아닐 것 같았음. 보아하니 저 목걸이 안 빼앗기려고 사력을 다한것 같은데.


목걸이를 쥔 녀석이 다시 되물으려 할 때, 먼 데서 '예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음. 술에 잔뜩 취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지. 얼굴이 파랗게 질린 녀석이 얼른 창문을 닫아 버렸음. 당연히 경예는 괴괴한 건물 벽과 창문만 바라보는 신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왔음.




"각자 사는 방도가 있는 거니까......."



경예는 중얼대며 덩달아 커튼을 쳤음.

그리고 침대로 쓰러졌지. 







아 예진이 얘기도 풀고 둘이 빨랑 만나야허는데

밥이 와서..밥 머그러 짜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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