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것은..엠푸렉을 위한..넘나 티피컬한..그것..
솔직히 이것은..엠푸렉을 위한..넘나 티피컬한..그것..






"전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

 

 

열전영에게 먼저 돌아갈 것을 지시한 뒤 안으로 들어섰다. 황궁을 나설 때 이미 해가 지고 있었으니 지금은 완연히 어둠이 깔린 중이다. 근래 폭설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이것을 두고 대책을 세우느라 긴 시간을 보낸바. 경염은 책임자로 임명되어 당장 내일이면 금릉을 떠나야 했으니 여유롭지 못한 밤이다. 허나 만류하는 열전영의 말을 뒤로하고 이곳에 든 참이었다.

 

정원을 지나다 지붕 위에서 곤두박질치듯 나타난 인영을 마주한다.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비류가 손 한가득 다발을 쥐고 흔든다. 좌우로 연홍색 향내가 흩어졌다. 지붕에서 정원 바닥까지 나풀나풀 내려앉는 꽃잎. 비류는 저가 가장 좋아하는 매화 다발을 든 채 만면 미소 짓고 있다. 바쁜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던 경염은 잠시나마 눈길을 준다. 필시 정왕부에서 꺾어온 매화겠구나.

 

 

 

"물소! 물소!"

 

"정왕부에 다녀왔느냐."

 

"응!"

 

"선생의 몸 상태는 괜찮은가? 오수午睡에는 들지 못했다고 들었다."

 

"……"

 

"내 말이 맞는 것이로군."

 

 

 

 

빈 화병에 매화를 꽂던 손이 느릿해진다. 한껏 울적한 표정이 된 비류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염의 낯에 잠시 그늘이 드리웠으나,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아깝다 느낀 참이다. 침실에 다다랐을 때 문을 닫고 나오던 견평이 예를 올린다. 본디 표정 변화가 적은 정왕이었으나, 닫힌 문밖까지 은은한 향내가 퍼진 걸 깨닫고 다소 표정이 풀리었다.




"아니. 일어나지 마시오."


"전하."


"내가 하겠소."


"……."


"해주고 싶어서 그럽니다."




매장소는 하얀 침의寢衣를 갖춰입고 머리를 말리는 모습이다. 늘 소관小管으로 정갈하게 마무리한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지라 애틋한 마음이 커진다. 관을 정제하기 전이니 길게 내려트린 머리칼로 손을 얹었다. 경염은 그가 들고 있던 빗을 기어코 가져와선 정성스레 빗겨주기 시작했다. 잠시 주저하나 싶다가, 매장소 역시 그의 뜻에 따르기로 한 듯하다. 경염은 돌아앉은 그의 하체에 모피를 덮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많이 변하셨습니다."


"내가 말입니까?"


"전하께서 망토나 모피를 챙겨주는 일이 없으셨으니까요."


"너무하군. 선생께서 지난 일을 들추면...내가 고개를 들 수 없단 걸 알지 않소."


"농弄을 해 본 겁니다."




머리카락을 빗는 손은 서툶이 고스란히 느껴졌으나, 매장소는 그 또한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당을 향해 뚫린 창밖으로 신나서 뛰어노는 비류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그걸 지켜봤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경염의 손이 조금씩 느려졌을 때, 마침내 먼저 운을 띄운다.




"하실 말씀이 있는 거로군요."


"실은."


"편히 말씀하세요."


"실은....구호 책임자로 임명받았소."


"금릉을 한동안 떠나 계셔야겠군요."


"음."


"언제 떠나시는지요."


"....내일입니다."


"잘 되었습니다. 이번 일로 황제 폐하의 신임을 얻을 수 있을 테지요."





답이 맺어졌을 땐, 이미 빗질이 멈추어 있었다. 구호 책임자는 민심을 수습하는 막중한 책무에 더하여 황명을 수행하는 중책이니, 정왕부에도 빛이 들기 시작한단 말은 결코 낭설이 아닌 게 되었다. 그럼에도 경염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매장소가 몸을 돌려앉는 걸 부축하며 그 손을 잡아오는 것이었다. 





"금릉에 혼자 남겨질 선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오."


"그 험한 길에 제가 필요하신 겁니까? 이재민을 구호하는 데 책사의 도움이 필요치는 않을 텐데요."


"내 말은, 그런 것이 아니라."


"압니다. 괜한 걱정하지 마시란 뜻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함께 있어주는 동료들과 몽 통령이 들으면 서운해하겠군요."


"그래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하니...."


"절 닮아 아주 의젓한 녀석일 테니, 부친 원망은 하지 않을 겁니다."




쓰다듬는 것처럼 부드러운 어조였다. 매장소는 가만히 배에 손을 올리고 경염과 시선을 맞추려 노력했다. 시선 닿을 곳 챙기지 못하는 서툰 남성은 필시 미안한 마음 표현할 길이 없어 이러는 것이리라. 수백 군사를 지휘하고, 부친인 황상에게 거침없이 직언했다가 꾸중을 듣길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 5류 친왕 소경염의 강직함과 기개를 향한 칭송이 점차 높아져 가건만. 정작 조정 어디에도 적籍을 두지 않은 일개 서생, 소철 앞에서 초행의 동자처럼 구는 것은 아무도 모를 터다.


속내를 보기 좋게 포장하여 달래는 소질은 도통 타고나지 못했으나, 매장소는 그의 투박하고도 진중한 모양내기가 좋았다. 열여덟, 열아홉의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구나.

경염景琰….




"정말 괜찮겠소?"


"걱정 마십시오. 안 의원께서도 당분간 무탈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또 정비 마마께서도..."


"어머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정비 마마께서 각별히 신경 써주고 계시니까요. 오늘만 해도 간식을 보내주셨지요."




지라궁에서 두 사람의 사이를 짐작하여 마음을 쓰고 있는 것 역시 오래되었다. 단지 아직은 시기상조라 여겨 회임소식을 전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매장소의 제안이자 부탁이었다. 여러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으나, 경염 역시 그 본의를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이 병약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만에하나 복중의 태아가 잘못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  


회임이 두 사람 모두 예정에 둔 일은 아니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배가 불러오는 때가 되면 조용한 거처를 새로이 마련하여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줄일 계획을 세웠다. 정치적 위상이 드높아진 경염은 그만큼 보는 눈이 많아졌다. 이는 낳는 말이 늘어난단 뜻과 같았으니, 둘 중 누구를 위해서도 그것이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단지 경염은, 여전히 혼례도 올리지 못하며 보는 눈 있는 곳에선 주군과 책사로 서로를 대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모르지 않았으나, 매장소는 그가 혼례를 올려 정식으로 저를 맞이하고 싶다 청할 때마다 고개를 내저었다. 한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정세에 혹여 짐이라도 될까 경계하는 탓이다. 



"선생. 어머니 말이 나와서 말인데..."


"말씀하시죠."




경염은 손수 다리를 벌려 공간을 만들어 주고, 그 품으로 매장소를 끌어안았다. 자연스레 그 품에 등을 기댄 몸이 미미한 열기운을 전한다. 경염은 옷깃 사이 드러난 목덜미에 얼굴을 대었다. 온기를 나누고 싶단 뜻이 완강하니, 말릴 수 없다. 물기를 살짝 적신 머리칼이 길게 늘어진다.




"이번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어머니께 정식으로 허락을 구할 참이오."


"전하."


"민생을 잘 돌보고 부황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내 입지를 더욱 굳힐 수 있소."


"아직은 안됩니다. 정왕 전하. 제 말을 간과하지 마세요. 아직도 전하가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많은 위협이...."


"선생 말이 맞소. 그렇기에,"




만류하려 돌아선 얼굴. 온화하던 기색 간데없고, 매장소는 제자를 꾸짖는 스승처럼 엄중한 표정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염 역시 지지 않고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힘없이 늘어져 있던 손목을 쥐더니, 곧 손가락 사이사이 단단히 깍지를 꼈다.




"이젠 위험도 기쁨도 온전히 함께하려 하오."


"..전하. 하지만,"


"선생 혼자 전면에 나서는 건 내가 허락지 않소. 날 부끄러운 아버지로 만들 셈입니까?"


"……."


"내가 다시 금릉에 돌아올 때쯤이면 추위가 덜해지겠지. 그때가 되면 나를 달리 불러 주겠소?"


"전하의 고집은 정말...말릴 방도가 없군요."


"우리 사이에 주군과 책사는 솔직하지 못하오. 다른 이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지."





황소. 황소고집. 

소경염.





"매장소. 봄이 오면...나는 그대의 주군主君이 아니라,"




내 하나뿐인.




"부군夫君으로 불리고 싶소."




춘양春陽.






춘양春陽

봄의 따사로운 빛을 얘기하좃!


그냥 원작에서 바람잘날없는 정매 뜬금없이 행복한 거...근데 임수가 혼자 정체 숨겨서 조금은 슬픈거..그런거...



+

어제 처음 쓴 정매 연성 조아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뭔놈의 무지렁이가 쓴 글인데 조회수랑 하뚜보고 놀랐쓰ㅠㅠㅠㅠ포스타입 열고 이렇게 하뚜 매니 받은거 처음이햐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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